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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믿는 학교가 먼저 사라진다

2025년 11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카페에서 40대 초반 학부모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2026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서 인쇄물과 스마트폰 여러 대가 놓여 있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하나였다. "의대 증원으로 인서울이 더 안전해진 것 같지 않나요?" 한 학부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머지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목표로 삼은 '안전한 인서울'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가장 먼저 무너질 도미노의 첫 번째 블록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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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믿는 학교가 먼저 사라진다

2025년 11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카페에서 40대 초반 학부모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2026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서 인쇄물과 스마트폰 여러 대가 놓여 있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하나였다. "의대 증원으로 인서울이 더 안전해진 것 같지 않나요?" 한 학부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머지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목표로 삼은 '안전한 인서울'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가장 먼저 무너질 도미노의 첫 번째 블록이라는 사실을.

한국 교육부가 2024년 5월 발표한 의대 증원 배정 결과를 보면, 증원 인원 2,000명 중 1,639명(82%)이 비수도권에 할당됐다(교육부, 2024.05.14). 동시에 이들 지방 의대는 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표면적으로는 '지방 소멸 방지'라는 정책 목표지만, 실상은 서울 중산층이 의존해온 기존 입시 생태계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더 충격적인 변화는 무전공 입학 확대다. 정부는 2024년 1월 수도권 대학에 무전공 입학 비율을 25% 이상으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이를 학생의 '융합적 선택권 보장'이라고 포장했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다른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인기 학과를 합법적으로 통폐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중 정원 미달을 기록한 학과는 전체의 23.4%에 달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3.12).

그런데 학부모들은 여전히 착각하고 있다. 지방대가 먼저 무너지고 서울은 마지막까지 안전할 것이라고. 2026년 초중고 학생 수가 483만 명으로 처음으로 500만 명 선을 붕괴할 전망이라는 한국교육개발원 추계(KEDI, 2024.08)를 봐도 이들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지도는 정반대로 그려지고 있다.

의대를 확보한 지방 국립대들은 오히려 방벽이 견고해졌다. 부산대학교 의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이 11.2대 1을 기록했다. 전남대 의대는 13.8대 1이었다(대학어디가, 2024.12). 이들 대학은 의대라는 절대 브랜드와 지역인재전형이라는 진입 장벽을 동시에 갖추게 됐다. 반면 의대가 없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비인기 학과는 어떤가. 한양대 공과대학 일부 학과들의 2024학년도 추가모집 미달률은 15%를 넘었다. 서울시립대 자연과학대학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무전공 입학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가속화한다. 학생들이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할 때 당연히 취업률이 높고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학과로 몰린다. 컴퓨터공학과나 경영학과 같은 인기 학과는 정원 초과 지원이 일상화되고, 화학과나 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는 지원자가 급감한다. 결국 무전공이라는 '트로이 목마' 안에서 비인기 학과들이 하나씩 소멸해간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연세대학교가 2024년 무전공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며 기존 9개 단과대학에서 정원 240명을 차출했다. 고려대학교도 2025학년도부터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220명으로 확대했다. 학과 통폐합은 이미 현실이 됐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이런 변화를 '우리 아이에게는 상관없을 일'이라고 외면한다는 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식의 시차다. 학부모들이 목표로 삼는 '인서울 명문대'라는 개념 자체가 20년 전의 산업구조를 전제로 한다.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대기업 사무직이 안정적 중산층의 지표였던 시대의 유산이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중 서울 소재 대학 출신 비율은 47.3%로 2019년(61.2%) 대비 14%p 하락했다(잡코리아, 2024.09). 기업들이 학벌보다 실무 역량을 우선시하는 채용 패턴으로 전환한 결과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답은 '간판'에서 '실질'로의 전환이다. 지방 국립대 의대나 카이스트, 포스텍 같은 특성화 대학들이 오히려 미래 안정성이 높다. 이들은 명확한 차별화 요소와 사회적 수요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냥 인서울'이라는 추상적 목표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

다시 그 카페 풍경으로 돌아가보자. 세 명의 학부모가 나누던 대화는 결국 이런 질문으로 귀결됐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목표로 하는 그곳이 정말 안전한 곳일까?' 하지만 이들은 아마 그 질문을 끝까지 묻지 않았을 것이다. 20년간 고착된 믿음을 뒤엎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그 사이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간다. 부모의 착각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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