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3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2026년 이후 미국 대학 입시는 두 개의 상반된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한쪽에서는 미국 내 대학 진학 연령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으로 인해 다수 대학의 생존 경쟁이 예고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최상위권 대학의 합격률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초거절(Highly Rejective)’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와 강화되는 비자 정책이 더해져, 한국 지원자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과거의 입시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인구 통계 변화가 어느 지역, 어떤 대학에 기회가 될지, 최상위권 대학의 이례적인 경쟁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리적인 지원 전략 수립이 가능합니다.
미국 고등 교육계가 수년간 경고해 온 enrollment cliff(인구 절벽)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2025년부터 본격화될 현실입니다. 서부 주 고등교육 위원회(WICHE)가 2024년 발표한 제11차 보고서 『대학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g at the College Door)』는 이 현상을 명확한 수치로 보여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2025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41년까지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¹. 이미 38개 주에서는 2023년 대비 졸업자 수 감소가 시작되었습니다¹.
13% 감소 — 2025년부터 2041년까지 예상되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자 수 감소폭. 대학들의 학생 유치 경쟁이 심화될 것을 예고한다¹.
이러한 인구 감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출산율이 급감한 '대침체(Great Recession)'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경제학자 네이선 그로우(Nathan Grawe)는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 이미 그의 저서 『인구 통계와 고등 교육 수요』에서, 이 충격이 지역별로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것을 예측했습니다³. 그는 특히 대학이 밀집한 동북부(Northeast)와 중서부(Midwest) 지역 사립대학들이 2020년대 중반까지 5% 이상의 대학 연령 인구 감소를 겪으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분석했습니다³.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학생 수 감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WICHE 보고서는 학생 인구의 인종적 다양성 심화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2023년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의 48%를 차지했던 백인 학생 비율은 2041년 39%로 감소하는 반면, 히스패닉 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같은 기간 3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². 이는 대학들이 더욱 다양해진 국내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재정 지원과 입학 기준을 조정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이 거시적인 흐름은 한국 지원자에게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인구 절벽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동북부와 중서부의 우수 사립대학들은 정원 확보를 위해 재정적으로 안정된 국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대학들이 더 유연한 입학 기준을 적용하거나, 국제 학생에게도 우호적인 장학금 정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 대학 목록 작성 시,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등 인구 성장 지역의 주립대학뿐만 아니라, 학문적 명성이 높지만 인구 감소 영향권에 있는 지역의 대학들을 전략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왜 최상위권 대학 입시는 '역대급 불지옥'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이 현상이 바로 인구 절벽과 공존하는 또 다른 현실, 'highly rejective(초거절)' 대학의 등장입니다. 이 용어는 입시 컨설턴트 아킬 벨로(Akil Bello)가 만든 신조어로, '매우 선별적인(highly selective)'이라는 표현이 대학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을 비판하며, 실상은 '대부분을 거절하는' 대학일 뿐이라는 현실을 꼬집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⁸.
145,085명 — 2025년 가을 학기(Class of 2029) UCLA 신입생 지원자 수. 이 중 13,659명만 합격하며 합격률은 9.4%에 머물렀다⁶, ⁷.
이 현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UCLA입니다. 2025년 가을 학기 신입생 선발에 145,085명의 지원서를 받아,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지원서가 몰리는 대학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⁶, ⁷. 10년 전 20%에 가까웠던 UCLA의 합격률이 한 자릿수로 고착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UCLA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버드, 스탠퍼드, MIT를 비롯한 최상위 20-30개 대학 대부분이 10% 미만, 일부는 5% 미만의 합격률을 기록하며 입학의 문턱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커먼앱(Common Application)으로 수십 개 대학에 동시 지원이 가능해졌고, 전 세계 중산층 이상 가정들이 미국 최상위권 대학으로 몰리며 경쟁이 격화되었습니다. 또한 이 대학들이 낮은 합격률 자체를 브랜드 가치로 활용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더 많은 지원자를 유인하는 순환을 만들었습니다.
인구 절벽과 초거절 현상의 공존은 미국 대학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줍니다. 최상위 30여 개 대학은 전 세계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리그'에 속해 인구 통계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나머지 수천 개 대학은 감소하는 국내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로컬 리그' 경쟁을 벌입니다. 따라서 한국 학부모는 자녀의 지원 전략을 짤 때, 이 두 리그의 규칙이 완전히 다름을 명확히 인지하고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인구 통계와 대학별 경쟁률이라는 두 축에 더해, 유학생에게만 적용되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정치 환경과 이민 정책의 변화입니다. 대학 합격 통지서가 입학의 끝이 아니라, 학생 비자(F-1)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시작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35% — 전 세계 F-1 학생 비자 거부율.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아프리카(64%)와 유럽(9%) 학생 간의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¹⁰.
최근 학생 비자 발급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 매체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가 인용한 쇼어라이트(Shorelight)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F-1 학생 비자 거부율은 35%에 달하며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¹⁰. 특히 아프리카 국가 학생들의 비자 거부율은 2024년 64%까지 치솟아, 9%대로 안정적인 유럽 학생들과 대조를 이룹니다¹⁰.
미 국무부 데이터 역시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합니다. 최근 1년간 데이터에 따르면 신규 학생 비자 발급 건수는 전년 대비 35.6%나 감소했습니다¹¹. 이러한 수치는 개별 대학의 입학 정책과 무관하게 유학생 유치 환경 자체가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비자 인터뷰 면제 조건 강화, 졸업 후 취업 프로그램(OPT) 규제 논의 등 정책적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유학생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¹².
미국 내 정치적 담론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캠퍼스 내 시위 참여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정책¹³이나 학생 비자 신청자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심사 대상으로 추가한 정책 등은 국제 학생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¹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에 대한 논쟁 역시 장기적으로 캠퍼스의 국제 학생 비율과 교육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2026년 이후 미국 입시 시장은 세 가지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양극화된 시장은 더 이상 전통적인 '상향(Reach)-적정(Target)-안정(Safety)' 지원 전략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구 절벽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기회 대학' 그룹을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접근이 필요해졌습니다. U.S. News 랭킹 30위에서 70위 사이에 위치한 동북부, 중서부의 우수 사립대학들이 이 그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초거절' 대학에 대한 접근 방식 역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합격률 9%는 지원자 10명 중 9명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원 행위 자체를 '복권 구매'와 유사한 확률 게임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중요합니다. 대학 합격이 끝이 아니라, 비자 발급이라는 마지막 관문까지 넘어야 한다는 점 또한 입시 전략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변수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복잡해진 시장에서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별하며, 지원자는 이 새로운 규칙 위에서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가?
이 글은 연재의 일부다. 내용은 공개 1차 출처를 기반으로 하며, 개별 입시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점수 너머, 아이만의 프로젝트로 지원 서사를 설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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