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5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인간적인 실수’였다. 에세이의 문법 오류나 오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합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입시는 정반대의 역설에 직면했다. 이제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매끄러운 글, 즉 ‘기계적인 완벽함’이다.

생성형 AI가 쓴 글은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논리적으로도 정연하다. 하지만 수많은 입학사정관들은 AI가 생성한 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어색함, 즉 영혼 없는 평면성을 직관적으로 감지해낸다. 이것이 바로 공식적인 탐지기 없이도 AI 에세이를 걸러내는 입학사정관들의 비공식적 필터, 이른바 ‘Blandness Test(밋밋함 시험)’의 실체다.¹ 이 시험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직관과 경험에 기반한 정교한 검증 과정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한다. 그 결과물은 종종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구조를 따른다. 학생은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고난을 겪으며 무언가를 깨닫고, 결국 성장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식의 깔끔한 기승전결이다.² 표면적으로는 감동적이지만, 입학사정관의 눈에는 수없이 복제된 플라스틱 제품처럼 느껴질 뿐이다.
인간의 실제 성장 경험은 그렇게 선형적이지 않다. 혼란, 자기 의심, 해결되지 않은 질문, 심지어 실패의 씁쓸함이 뒤섞인 복잡한 과정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완벽하게 포장된 성공담이 아니라, 18세 지원자의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 그 나이대의 청소년이 겪는 진솔한 고민의 흔적을 찾고 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지저분한 진정성’이다.
-27% — 2023년 이후 미국 최상위권 대학에 제출된 에세이에서 발견된 독특한 비유나 희귀 단어의 사용 빈도 감소율. 스탠포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의 예비 분석에 따르면, 이는 생성형 AI 사용의 보편화로 인한 ‘언어적 동질화(homogenization)’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³
이것은 마치 잘 보정된 증명사진과 거친 질감의 스냅 사진의 차이와 같다. AI가 만든 에세이는 모든 잡티가 제거된 증명사진처럼 말끔하지만 개성이 없다. 반면, 학생이 직접 쓴 투박한 글은 예측 불가능한 구도와 흔들린 초점 속에서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냅 사진과 같다. 입학사정관이 보고 싶은 것은 후자다.
그들은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 칼럼니스트 제프리 셀린고(Jeffrey Selingo)는 수많은 사정관 인터뷰를 통해 “AI가 만든 글은 질문을 던지기보다 답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⁴ 진정한 지적 호기심은 완결된 서사가 아닌,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미지의 영역을 드러낼 때 빛난다.
입학사정관은 에세이 한 편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원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이야기로 보고, 각 요소들이 서로를 어떻게 뒷받침하고 혹은 반박하는지를 면밀히 살핀다. 이 ‘holistic review(종합 평가)’ 과정에서 AI 에세이의 인위성은 더욱 쉽게 드러난다. Blandness Test는 에세이 자체의 톤뿐만 아니라, 다른 서류와의 정합성을 교차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대조하는 자료는 추천서다. 예를 들어, 에세이에서는 스스로를 내성적이지만 깊은 성찰을 통해 리더십을 발견한 인물로 묘사했는데, AP 화학 선생님의 추천서에는 ‘수업 시간에 항상 가장 먼저 질문하며 토론을 주도하는 활기찬 학생’이라고 적혀있다면 입학사정관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두 모습이 공존할 수도 있지만, 그 간극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없다면 에세이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된다.⁵

성적표 역시 중요한 단서다. AP 영문학(AP English Literature and Composition)에서 C를 받은 학생이 갑자기 미국 현대 소설가 못지않은 유려한 문체와 복잡한 문장 구조를 구사하는 에세이를 제출했다면 이는 강력한 위험 신호다. 물론 글쓰기 실력이 단기간에 향상될 수는 있지만, 입학사정관은 그 변화를 입증할 다른 증거(예: 교내 백일장에서의 수상 경력, 교지 편집 활동 등)를 지원서 다른 부분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80% 이상 — 전미 대학 입학 상담가 협의회(NACAC)의 2025년 연례 컨퍼런스 설문조사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지원자의 '목소리'와 추천서에 묘사된 학생의 성격 및 학업 태도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비교 분석 지점으로 삼는다고 응답했다.⁶
활동 목록(Activity List)과의 교차 검증은 결정적이다. 에세이의 핵심 소재가 ‘요양원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은 공동체의 소중함’인데, 활동 목록에는 해당 봉사활동이 단 한 줄, 11학년 여름방학 2주짜리 활동으로만 기재되어 있다면 그 경험의 깊이를 신뢰하기 어렵다. 진정한 관심과 헌신은 에세이의 주제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활동의 일관성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은 여러 서류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탐정과 같다. AI로 생성된 에세이는 다른 조각들과 잘 들어맞지 않는, 지나치게 매끄럽거나 색이 다른 퍼즐 조각처럼 느껴지기 쉽다. 한국 학부모는 자녀의 에세이가 지원서라는 큰 그림 안에서 얼마나 조화롭게 다른 이야기들과 연결되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바로 구체적인 ‘경험의 질감’을 묘사하는 능력이다. AI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세대 간의 유대를 배웠다”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서술하는 데는 능숙하다. 하지만 “할머니의 손을 잡았을 때 느껴졌던 종이처럼 얇은 피부의 감촉, 희미하게 풍기던 약 냄새와 햇볕 냄새가 뒤섞인 복도의 공기, 그리고 저녁 노을이 창문으로 길게 드리워지던 순간의 고요함”과 같은 오감을 자극하는 디테일은 만들어내지 못한다.⁷
이러한 디테일은 단순히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 진짜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입학사정관들은 이런 생생한 묘사를 통해 지원자가 그 순간에 실제로 존재했으며, 그 경험을 깊이 성찰했음을 확인한다.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의 한 익명 인터뷰에서, 아이비리그의 한 베테랑 입학사정관은 “AI가 쓴 글은 정보(information)는 있지만, 감각(sensation)이 없다. 우리는 지원자의 세계를 감각하고 싶다”고 말했다.⁸
단어 선택과 은유의 사용 방식 역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다. AI는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단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학생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습관, 때로는 서툴지만 개성 있는 비유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AI는 ‘어려운 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지만, 수학 문제를 푸는 데 골몰했던 학생은 ‘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 마치 안갯속에서 희미한 등대를 향해 노를 젓는 기분이었다’와 같이 자신만의 언어로 그 경험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적 지문(linguistic fingerprint)’은 지원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요소다. 입학사정관들은 천편일률적인 표현보다 지원자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담긴 문장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완벽한 문법과 정형화된 구조를 위해 AI의 도움을 받는 순간, 학생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고유한 목소리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결국 Blandness Test는 진정성을 가려내기 위한 다층적인 검증 시스템이다. 그것은 에세이의 감성적 깊이, 지원서 전체와의 일관성, 그리고 경험의 구체적인 질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인간적인 과정이다. AI를 활용해 완벽한 글을 만들려는 시도는 오히려 지원자를 ‘밋밋하고’ 기억에 남지 않는 수많은 지원자 중 한 명으로 만들 뿐이다.
이제 입학사정관이 AI가 쓴 글을 어떻게 경계하고 무엇을 통해 진정성을 판별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명확해진다. 이 까다로운 '밋밋함 시험'을 통과하는, 진정으로 살아 숨 쉬는 에세이는 우리 아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 글은 연재의 일부다. 내용은 공개 1차 출처를 기반으로 하며, 개별 입시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점수 너머, 아이만의 프로젝트로 지원 서사를 설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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