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6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아이가 학교 과제를 위해 챗GPT를 사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이미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며, 이를 대학 지원 에세이에 활용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일 것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2026년 입시의 현실은 그 안일한 믿음에 경종을 울린다. 학교 역사 리포트에서 허용되던 AI의 도움이, 입학 사정에서는 지원자의 자격을 즉시 박탈할 수 있는 ‘학문적 부정행위(Academic Misconduct)’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허용과 금지의 경계선이 모든 대학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규칙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 대학은 자신들의 교육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른, 때로는 상충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는 지원하려는 모든 대학의 정책을 개별적으로 학습하고 해석해야 하는, 입시의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생성형 AI의 활용에 있어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추측이다. 대학들은 더 이상 이 문제를 회색 지대에 남겨두지 않는다. 입학처 웹사이트를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무엇이 허용되는 도구의 활용이고 무엇이 용납될 수 없는 부정행위인지 그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과 기술 분야의 정점인 칼텍(Caltech)은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대학 중 하나다. 칼텍 입학처는 “지원서에 담긴 모든 글은 지원자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I를 아이디어 구상이나 초안 작성에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¹ 단순히 문법 오류를 수정하는 수준의 교정 작업은 허용되지만, 글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구조에 AI가 개입하는 순간 칼텍이 중시하는 지적 독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코넬은 AI를 ‘또 하나의 도구’로 인정하며, 브레인스토밍이나 개요 작성과 같은 초기 단계에서의 활용을 허용한다.² 그러나 최종 제출물은 “전적으로 지원자 자신의 작업(substantially your own work)”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다. AI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글에 담긴 경험, 통찰, 그리고 표현 방식은 명백히 지원자 개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Disclosure(AI 사용 내역 고지) — 일부 대학은 AI 사용 여부를 지원서에 직접 밝히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스와스모어 칼리지(Swarthmore College)는 지원자가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도구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설명할 것을 권장한다. 이는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그 과정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평가하겠다는 신호다.³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강자인 스와스모어 칼리지(Swarthmore College)는 이 문제를 ‘윤리적 사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와스모어는 지원자에게 “이 에세이가 당신의 지적 능력과 아이디어를 온전히 대표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조언한다.³ AI의 도움으로 더 세련된 문장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지원자 고유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이는 스와스모어가 찾는 인재상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워싱턴 D.C.의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는 보다 구체적인 허용 범위를 제시한다. 글쓰기의 장벽을 넘기 위한 아이디어 탐색이나, 다른 관점을 얻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도구로 AI를 사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문장이나 단락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는 행위는 명백한 표절로 간주하며, 이는 합격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⁴
이 네 대학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의 정책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며, 이는 지원자가 자신의 지원서에 최종적으로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대학별 정책의 미세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녹색 신호’와 ‘적색 신호’는 존재한다. 이 신호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자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한국 학부모는 이 기준을 자녀의 책상 앞에 붙여두고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허용되는 영역, 즉 ‘그린 존(Green Zone)’은 대부분 AI를 보조적인 교정 도구나 아이디어 발상 파트너로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첫째, 문법 및 스타일 교정이다. Grammarly와 같은 전통적인 도구뿐만 아니라, 챗GPT를 활용해 문장의 어색함을 다듬거나 문법적 오류를 바로잡는 행위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허용된다. 이는 원어민 교사나 부모에게 교정을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둘째, 브레인스토밍이다.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 목록(예: ‘여름방학 봉사활동’, ‘수학경시대회 수상’)을 AI에 입력하고, 이를 에세이 주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이나 질문을 얻는 것은 창의적 과정의 일부로 인정된다. AI는 학생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유용한 스파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반면,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레드 존(Red Zone)’은 AI가 지원자의 역할을 대신해 글의 주인이 되는 경우다. 가장 대표적인 금지 행위는 ‘Generative Drafting(생성형 초안 작성)’이다. 몇 가지 핵심 키워드나 개요를 AI에 던져주고 에세이의 초안을 통째로 생성하게 하는 것은 모든 대학이 금지하는 최악의 부정행위다. 이는 앞서 다룬 ‘밋밋함 시험(Blandness Test)’을 통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발 시 학문적 정직성을 의심받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48시간 — 2025년 한 동부 명문 사립대학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합격 통보를 받은 한 학생의 추가 에세이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다른 글과 문체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 다른 지원자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제기되었다. 대학 측은 내부 조사를 거쳐 48시간 만에 해당 학생의 합격 통보를 철회했다. 공식 사유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AI 대필이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었다.⁵
둘째, 텍스트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AI가 생성한 문장으로 채우는 행위다. 이는 명백한 표절이며, 대학의 명예 규정(Honor Code)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I의 치명적인 약점인 ‘Citation Fabrication(인용 날조)’ 역시 주의해야 한다. AI는 존재하지 않는 논문, 기사, 통계를 사실처럼 꾸며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이는데, 이를 에세이에 인용할 경우 지원자의 신뢰도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만약 이러한 레드 존을 침범한 사실이 입학 사정 과정이나 심지어 합격 통보 이후에 발견된다면, 그 결과는 단순한 불합격에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은 지원서에 “제출된 모든 정보는 진실하며, 허위 사실이 발견될 경우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서약을 요구한다. AI 대필은 이 서약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실제로 합격이 취소되는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개별 대학의 정책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기준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다행히 미국 대학 지원의 두 가지 핵심 플랫폼인 **Common App(미국 대학 공통 지원 시스템)**과 Coalition for College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Common App은 2025-27년 에세이 주제를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AI 시대에 ‘진정성’과 ‘성찰’이라는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Common App은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지원서 마지막에 “나는 이 지원서에 기재된 모든 내용이 나 자신의 작업물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에 서약하도록 함으로써, 최종적인 책임과 판단을 학생에게 넘겼다.⁶ 즉, Common App의 기준은 ‘스스로 떳떳하게 자신의 글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영국 대학 시스템인 UCAS는 조금 더 직접적이다. UCAS는 AI 탐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가 다른 지원자의 글이나 AI 생성 텍스트와 상당 부분 일치할 경우 이를 해당 대학에 통보한다.⁷ AI를 아이디어 탐색에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자신의 것처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모든 정책과 가이드라인은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한다. ‘AI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기구는 될 수 있어도, 대신 달려주는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이 원칙을 한국의 가정에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AI 활용 규칙’을 함께 만든다. 이것은 감시와 통제의 규칙이 아니라, 자녀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안전장치다. ‘AI에게는 질문만 한다, 문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부분인지 부모님과 공유한다’ 와 같은 간단한 원칙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초안은 반드시 손으로 쓰기’ 원칙을 적용한다. 컴퓨터 화면을 보고 빈 페이지의 공포를 느끼는 대신, 노트와 펜을 사용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칠고 못생긴 초안이야말로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의 씨앗이 된다. 이 씨앗을 다듬는 과정에서 AI를 문법 교정기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셋째, ‘목소리 테스트’를 거친다. 최종 에세이가 완성되면, 자녀가 직접 부모 앞에서 소리 내어 읽게 한다. 만약 글이 너무 유창하고 완벽해서 평소 자녀의 말투나 생각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 이질감이 바로 입학사정관이 느끼게 될 ‘밋밋함’의 신호다. 부모는 자녀의 가장 좋은 독자이자, 진정성을 판별하는 가장 정확한 시험관이 될 수 있다.
대학들이 그어놓은 선과 가족 안에서 세워야 할 원칙은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 규칙을 지키면서도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하여 우리 아이만의 독창적인 경험을 가장 빛나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 그 구체적인 글쓰기 전략이 바로 다음의 질문이다.
이 글은 연재의 일부다. 내용은 공개 1차 출처를 기반으로 하며, 개별 입시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점수 너머, 아이만의 프로젝트로 지원 서사를 설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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