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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입시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 2화, 시험 정책의 양극화 — 의무화의 귀환과 영구 선택의 분기

헤아 · 12분 읽기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 2화, 시험 정책의 양극화 — 의무화의 귀환과 영구 선택의 분기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2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1.2 시험 정책의 양극화: 의무화의 귀환과 영구 선택의 분기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가장 큰 입시 지형의 변화는 단연 '시험 선택(Test-Optional)' 정책의 전면적 확산이었다. 수많은 대학이 SAT와 ACT 점수 제출을 의무에서 선택으로 전환하면서, 한때 미국 입시의 절대적 관문이었던 표준화 시험의 시대는 저무는 듯 보였다. 학생들은 시험 점수라는 부담을 덜고 자신의 다양한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2020년대 초반,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표준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이 흐름은 방향을 틀어, 시험 의무화의 부활과 영구적 시험 선택제 고수라는 두 갈래의 길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이 분기는 2026년 이후의 입시를 준비하는 한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전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전략을 요구한다.

변화의 신호탄은 아이비리그에서 시작되었다. 2024년 2월 5일, 다트머스 대학교는 아이비리그 중 최초로 SAT/ACT 점수 제출 의무화를 선언했다¹​. Class of 2029(2025년 가을 입학) 지원자부터 이 정책을 적용한다는 발표에 입시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다트머스의 결정은 여론이 아닌, 데이터 분석에 기반했다. 뒤이어 예일대학교가 2024년 2월 22일, SAT/ACT 외에 AP나 IB 점수 제출도 허용하는 유연한 형태의 '시험 필수(Test-Required)' 정책으로 복귀를 알렸다²​. 브라운 대학교 역시 2024년 3월 5일, '시험 점수는 학생의 학업 성공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라는 교내 위원회 결론을 근거로 의무화 대열에 합류했다³​. 하버드 대학교는 당초 Class of 2030까지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겠다던 계획을 앞당겨, 2024년 4월 Class of 2029부터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⁴​. 마지막으로 프린스턴 대학교는 2024년 9월 30일, 5년간의 데이터 검토 결과 '점수 제출자의 학업 성과가 더 우수했다'고 밝히며 Class of 2030(2025-26 지원 시즌)부터 시험을 다시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⁵​.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아이비리그의 기조가 급격히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 대학은 공통적으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다트머스가 공개한 자체 연구 보고서는 이 변화의 논리적 기틀을 보여준다⁹​. 경제학자 브루스 새서도트(Bruce Sacerdote) 등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다트머스 신입생의 첫해 학점(GPA) 편차 중 SAT 점수가 설명하는 부분은 22%에 달했지만, 고등학교 내신 성적(High School GPA)이 설명하는 부분은 9%에 불과했다⁹​. 이는 고교 내신만으로는 대학에서의 학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내신 인플레이션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변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표준화 시험 점수가 더 객관적인 학업 능력 예측 변수임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의무화 전환 발표 역시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 '오퍼튜니티 인사이츠(Opportunity Insights)'가 12개 대학 데이터를 분석하여 SAT 점수가 고교 성적보다 학업 성공을 더 잘 예측한다고 밝힌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⁶​.

연구 결과의 또 다른 핵심은 시험 의무화가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 학생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험 선택 정책은 본래 이 학생들이 시험 준비 부담 없이 지원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다트머스의 연구는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고등학교에 다니거나,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세대 최초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less-advantaged students)이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할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높은 SAT/ACT 점수였다⁹​. 다트머스 지원자 전체의 SAT 점수 중앙값이 1520점일 때, 이러한 배경의 학생이 142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 가능성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⁹​. 반면, 이들이 점수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의 합격률은 약 5%에 불과했다. 점수를 제출함으로써 수많은 4.0 만점 내신 보유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학업적 탁월함을 객관적 수치로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¹⁰​. 입학사정관에게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얻은 높은 시험 점수는 학생의 지적 잠재력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시험 선택 정책 아래에서 이 신호가 사라지자, 오히려 이 학생들이 다른 지원자들과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험 의무화로의 회귀는 아이비리그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상위권 주립대학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UT Austin)는 2024년 3월 11일, 2025년 가을학기 입학부터 SAT/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¹¹​. UT 오스틴은 자체 분석 결과, 시험 점수 제출자의 첫 학기 평균 학점이 미제출자보다 0.86점 높았다는 수치를 공개했다. 특히 텍사스 주민 상위 6% 자동 입학 대상자 중 내신 4.0 만점자가 많아져, 이들을 변별할 '차별화 도구'로서 표준화 시험 점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¹¹​.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Tech)는 팬데믹 기간에도 시험 의무화 정책을 유지하며 꾸준히 시험 점수를 입학 사정의 중요 요소로 활용해왔다¹²​. 이들 대학의 결정은 시험 점수가 학업 능력 예측을 넘어, 수많은 우수 지원자를 변별하는 실질적인 필터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험 의무화로의 회귀가 입시 정책의 전체 흐름은 아니다. 2024년 아이비리그의 연쇄적인 의무화 선언 속에서도, 컬럼비아 대학교는 2023년 3월에 발표한 영구 시험 선택 정책을 고수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⁷​. 결과적으로 아이비리그 중 유일하게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게 되었다. 컬럼비아는 입학 사정에서 '순수한 학업 점수(raw academic score)보다 학생의 지적인 프로필과 교육과정의 적합성(intellectual profile and curricular fit)'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⁷​. 이는 단일 지표로는 평가할 수 없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 특정 학문 분야에 대한 탐구, 개성을 더 중시하겠다는 철학의 표현이다. 컬럼비아의 입장은 미국 고등 교육계의 또 다른 주요 흐름을 대변한다. 교육 형평성 옹호 단체 '페어테스트(FairTest)'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대학 2,248곳 중 2,088곳, 즉 90% 이상이 2026년 가을학기 입시에서도 시험 선택 또는 시험 미반영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⁸​. 이 수치는 소수 최상위권 대학의 의무화 회귀가 주목받고 있지만, 대학 사회의 다수는 여전히 시험 선택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험 정책의 양극화는 지원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모든 대학에 통하는 단일 해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원 전략은 각 대학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다트머스, 브라운, UT 오스틴, 조지아텍 등 시험 의무화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SAT/ACT 준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들 대학의 합격생 프로필은 시험 점수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24-2025년도 하버드 합격생의 SAT 점수 25-75 백분위는 1500점에서 1580점 사이로 추정된다¹³​. 합격생 절반 이상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이며, 이 구간에 진입하지 못하면 합격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표준화 시험은 이들 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입장권'과 같다.

반면, 컬럼비아를 포함해 시험 선택 정책을 유지하는 다수 대학에 지원할 때는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다트머스 사례처럼, 특별한 교육 환경이나 배경을 가진 학생에게 높은 시험 점수는 내신 성적만으로 보여주기 힘든 학업 잠재력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입학사정관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 일반고 출신 학생이라면, 최상위권 SAT/ACT 점수는 학교 배경을 넘어 개인의 학업적 탁월함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시험 선택 대학에 지원하더라도, 목표 대학 합격생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확보했다면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목표 대학의 25퍼센타일 점수에 미치지 못한다면 제출하지 않는 편이 낫다. 결국 시험 선택 정책은 지원자에게 점수 제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강점을 부각하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2026년 입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양극화'와 '전략적 선택'이다. 팬데믹 이후 전면화되었던 시험 선택의 단일 기조는 막을 내리고, 대학들은 각자의 교육 철학과 데이터에 기반해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제 'SAT/ACT를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내가 목표하는 대학들은 시험 점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내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은 점수 제출인가, 아닌가?', '점수를 제출한다면 어느 정도의 점수가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이 새로운 지형도 위에서 표준화 시험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빛낼 기회의 카드로 그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이 글은 연재의 일부다. 내용은 공개 1차 출처를 기반으로 하며, 개별 입시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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