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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 9화, 단답형 + 영상 인터뷰 — 즉흥성으로 진짜 사고력 검증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9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헤아 · 10분 읽기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 9화, 단답형 + 영상 인터뷰 — 즉흥성으로 진짜 사고력 검증

헤아가 연재하는 책 'AI 시대의 대학 입시 해킹'의 9화다. 매일 아침 한 편씩, AI가 바꿔 놓은 미국 입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는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대학 입시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과정과 같았다. 학생의 모든 학업적, 비학업적 성취는 마지막 관문인 길고 아름다운 에세이, 즉 ‘long‑form essay’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한 재료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6년 입시 지형도에서 이 믿음은 다시 검증받고 있다. 완벽하게 조탁된 장문의 글은 이제 진정성의 증명이 아닌, AI의 조력을 받은 가공품일 수 있다는 의심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AI가 가장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영역, 즉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다듬는 글의 가치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 그 대신, 예고 없이 던져진 질문에 대한 즉흥적인 답변과 통제된 환경에서의 글쓰기를 통해 학생의 진짜 사고력을 검증하는 새로운 도구를 꺼내 들었다. 이는 입시의 무게중심이 ‘완성된 결과물’에서 ‘실시간 사고 과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긴 글의 재검토, 짧은 질문의 부상

이 변화의 가장 또렷한 사례는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 대학입학 시스템을 총괄하는 UCAS(Universities and Colleges Admissions Service) 는 2026학년도 입시(2026 entry)부터 기존의 자유 형식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를 폐지하고, 세 개의 구조화된 질문으로 대체했다.¹ 세 질문은 지원 동기(왜 이 전공·과정을 공부하려 하는가), 준비도(지금까지의 자격과 학습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가), 그리고 교육 밖에서의 준비(그 외에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다. 한 편의 긴 자유 서술 대신, 무엇을 봐야 하는지 미리 정해진 틀로 지원자를 읽겠다는 방향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점이 있다. 폐지된 것은 ‘자유 서술이라는 형식’이지 글의 분량이 아니다. UCAS는 세 질문을 합쳐 총 4,000자(characters) 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¹ 즉 학생이 쓸 수 있는 총량은 같고, 그 글을 ‘하나의 긴 에세이’에서 ‘세 개의 목적이 분명한 답변’으로 쪼갰을 뿐이다. 이 차이가 핵심이다. 대학은 글솜씨의 후광보다, 각 질문에 정확히 대응하는 사고를 보고 싶어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나 글을 잘 쓰는가’보다 ‘얼마나 진솔하게, 그리고 묻는 것에 정확히 생각하는가’가 평가된다. 긴 글쓰기가 가진 후광 효과가 약해진 지금, 짧지만 밀도 높은 답변으로 자신의 핵심을 보여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명료하게 압축하는 능력의 문제다.

제3의 눈: 비동기 영상 인터뷰의 부상

짧은 글로 지원자의 생각을 엿보는 것을 넘어, 대학들은 이제 학생의 얼굴과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길 원한다. 그러나 수만 명의 지원자를 일일이 대면 인터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InitialView나 Vericant와 같은 제3자 기관을 통한 비동기 영상 인터뷰(asynchronous video interview)다.

비동기 영상 인터뷰는 정해진 시간에 평가관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원자는 플랫폼에 접속해 제시되는 질문을 확인하고, 짧은 준비 시간 후 제한된 시간 안에 답변을 녹화해 제출한다. 질문은 예측하기 어렵고, 재촬영 여지가 적다. 이 방식은 AI의 사후 개입 여지를 줄이고 지원자의 순발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비교적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상은 지원서의 다른 서류와 함께 입학사정관에게 전달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에세이 옆에 놓인, 다소 긴장했지만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서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사정관은 이 영상을 통해 학생의 영어 구사 능력,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서류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모습 사이의 일관성을 확인한다.

이 방식은 일부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미국 주요 대학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통로다. Vericant는 자사 인터뷰를 지원 과정의 일부로 인정·검토하는 대학이 100곳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다.² 다트머스(Dartmouth) 입학처는 InitialView 인터뷰를 제출하도록 적극 권장한다고 공식적으로 안내하며, 이를 국제 지원자 항목으로 분류한다.³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유수 대학이 국제 지원자에게 이 통로를 열어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학생에게는 특히 실효성이 크다.

영상 인터뷰만이 아니다. 대학들은 에세이 자체에 대한 AI 사용 규칙도 공식화하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문법·맞춤법 점검에 AI를 쓰는 것은 허용하되, AI가 자기소개서나 보충 에세이를 대신 쓰거나, 번역하거나, 개요만 주고 AI의 글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은 금지한다고 명시했다.⁴ 핵심 원칙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에게 에세이를 대신 쓰게 하지 않듯, AI에게도 그 일을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평가의 무게중심이 ‘누가 더 매끄러운 글을 내놓느냐’에서 ‘이 글이 정말 지원자 본인의 사고인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학생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유창하게 말하거나 정해진 틀에 맞춰 글을 쓰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훈련, 그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생각을 구조화하는 순발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학생을 위한 실전 가이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영상 인터뷰와 구조화된 단답형 질문의 확산은 더 이상 일부 최상위권 대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학부모와 학생은 이 새로운 평가 방식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왜?’라는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상 인터뷰와 UCAS 질문 모두에서 핵심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가’, ‘왜 이 학교에 지원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동기다. 이는 외운 답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과거 활동과 미래 목표를 연결하며 진솔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둘째, 실전과 같은 모의 연습이 핵심이다. 실제 플랫폼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연습해야 한다. 노트북 카메라를 켜고, 질문을 뽑아 짧게 생각한 뒤 제한 시간 안에 답하는 과정을 반복 녹화해본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반복을 통해 자신의 말투, 시선 처리, 답변의 군더더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셋째, 기술적인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어두운 조명이나 잡음이 섞인 음성은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정한 배경, 밝은 조명, 깨끗한 음질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지원자가 이 과정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완벽함이 아닌 진솔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전문 방송인 수준의 유창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문장보다, 고민의 흔적이 담긴 진솔한 목소리가 더 강한 힘을 갖는다.

결국 에세이에서 인터뷰로, 대학이 던지는 질문의 본질은 하나다. ‘AI 없이, 당신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시험대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외부 검증 장치를 넘어, 입학 사정의 가장 근본적인 자료인 ‘성적표’ 자체는 AI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을까?


이 글은 연재의 일부다. 내용은 공개 1차 출처를 기반으로 하며, 개별 입시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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